포천 여중생 매니큐어 살인사건

2019. 12. 15. 08:52라이프/이것저것 리뷰

2003년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송우리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동남중학교에 재학중이던 엄현아(1989년생)씨의 시신이 발견됐는데 손톱과 발톱에 빨간색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었다. 엄씨의 친구들 인터뷰 영상을 보면 학교 규율 때문에 평소에 색깔이 있는 매니큐어는 바르지 못했다고 한다. 과연 여중생 엄씨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친구들과 놀다가 늦게 하교하다 참변

엄씨는 엄마에게 거짓말하고 방과후 친구집에서 놀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며 실종됐다. 오후 6시경 친구집에서 나와 지름길로 진입한 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곧 간다고 말하고 연락이 두절됐다. 엄씨의 어머니는 딸이 저녁 9시가 지나도 집에 들어오지 않고 휴대폰도 연락이 되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다. 엄씨가 다니던 학교와 집과의 거리는 불과 800m로 7분이면 도착할만한 거리였다. 

 

 

피해자 엄현아씨

 

뒤늦게 발견된 엄씨의 유류품과 시신

11월 28일 경기도 의정부시 민락동에서 엄씨의 가방, 교복넥타이, 장갑, 양말, 공책이 발견됐다. 엄씨의 공책에서는 엄씨의 이름이 모두 찢겨져 없어진 상태였다. 범인은 엄씨의 이름을 추적할 수 없도록 꼼수를 쓰려고 했던 것 같다. 약 한달 뒤인 12월 22일 경기도 의정부시 민락동 쓰레기더미에서 엄씨의 휴대폰과 운동화가 추가로 발견됐다. 경찰과 숨바꼭질이라도 하려고 했던 걸까? 범인은 쓰레기 더미 제일 위에 휴대폰과 운동화를 남겨둔 채 사라졌다.

 

2004년 2월 포천경찰서는 군부대와 함께 대대적인 수색작업에 돌입했다. 엄씨의 아버지는 군인이었기 때문에 군부대까지 힘을 보탰다. 5일 뒤 엄씨의 시신이 포천시 소흘읍 이동교리의 한 배수로에서 발견됐다. 배수로는 29인치 TV박스로 막혀 있었으며 엄씨는 알몸으로 누워있었다. 특이하게도 엄씨의 손톱과 발톱에는 빨간색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었다.

 

매니큐어라고 생각한 경찰의 초동수사

경찰은 손톱과 발톱에 칠해진 빨간색 물질이 매니큐어라고 단정하고 수사했다. 성도착증 환자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일대의 매니큐어 판매점을 돌며 해당 성분을 비교해봤으나 어느 곳에서도 해당 매니큐어와 일치하는 제품을 찾을 수 없었다.

 

SBS그것이알고싶다 방송과 제보로 얻은 성과

2019년 3월 17일 SBS그것이알고싶다에서 범인의 몽타주와 정보를 담아 제보를 받았다. 수많은 제보가 들어왔지만 실제로 유사한 범행을 당할뻔한 제보자의 말은 신빙성이 있었다. 3월 30일 그 남자의 매니큐어라는 방송으로 제작해 내보냈다.

 

 

용의자 몽타주

 

동일범으로 보이는 범행에서 탈출한 제보자는 16년만에 입을 열었다. 당시 제보자는 다른 지역에 살고 있었는데 포천에서 귀가하던 중 골목에 있던 공업사에서 대기중인 흰색 승용차가 다가와 호의동승을 제안했다고 한다. 가까운 거리라서 거절하려고 했으나 제보자의 표정이 무섭고 강압적이라서 어쩔 수 없이 탔다고 한다. 운전자는 목적지에 다다랐지만 멈추지 않았고 자신은 미혼이며 카페에 가서 커피한잔 하자고 했다. 제보자는 겁에 질려 탈출을 시도했다. 운전자는 차를 멈추고 유턴해 사라졌다. 제보자는 무서워서 바로 신고를 하지 못했으나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에 엄씨의 실종 현수막을 보고 그놈이 범인일 거라고 생각했다. 16년만에 나타난 제보자는 최면요법을 통해 추가 단서를 제공했다. 운전자의 손톱에 투명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었다. 남자라고 보기엔 피부가 너무 하얗고 호리호리한 체격을 가졌으며 차량번호까지 기억했다. 경기 735X번 차량이었다.

 

10년동안 수사하다 극단적 선택한 윤경사

해당지역의 강력사건을 총괄담당하던 수사반장 윤경사는 해당 사건의 범인을 잡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려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유서를 남기고 막걸리에 농약을 타서 마셨다. 범인 때문에 경찰까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추가피해를 입었다.

 

그것이알고싶다 방송 이후 들어온 추가 제보

당시 인근 자동차 공업사에 직원으로 일했던 한 남성은 SBS그것이알고싶다에서 방송 몽타주를 보고 한 인물을 제보했다. 나이든 몽타주 사진을 보고 소름이 끼쳤다는 남성은 직원 중에 손이 빤짝빤짝하고 하얀 사람이 있었다고 했다. 그 직원은 도장반에 있었으며 손톱에 항상 페인트가 묻는다고 했다. 차 한대를 고치면 30분동안 손톱을 닦을 정도의 결벽증을 가진 사람이라고 했다. 손도 많이 씻고 지저분한 걸 바로 해결해야 하는 사람이었다고 기억했다. 페인트 만지는 사람의 손이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손이 하얗고 투명매니큐어까지 바르는 사람이었고 그 당시에는 무척 특별한 경우였기 때문에 그 사람일 거라고 추측했다. 

 

경찰은 제보를 바탕으로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국과수에 매니큐어 비교감정을 했지만 동일 성분의 매니큐어가 없다는 답을 받았다고 했다. 공업사에서 도장일을 하는 사람의 페인트일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공업사에서 일하기 때문에 장기입고 차량을 이용해 범행을 했을 수도 있다는 말도 했다. 용의선상에 오른 남성은 성범죄와 관련한 전과는 없었지만 다른 전과도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조사 이후 5-6년 뒤에 용의자가 사망하고 말았다.

 

밤에 어두운 길 다니지 말라는 교훈

치안강국 한국도 시골 밤길은 여전히 위험하다. 도심이야 웬만한 곳에 CCTV가 있어서 범행이 일어나더라도 범인을 잡기 용이하지만 시골길에는 CCTV가 없거나 보여주기식 CCTV에 불과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밤에는 되도록 사람이 적은 길은 피하고 일찍 귀가하는 게 신상에 좋은 세상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jdSz2KeKXg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