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염둥이가 보낸 선물과 PS3 추천 스포츠 게임

2012. 1. 11. 01:14라이프/이것저것 리뷰

벌써 스무날! 블로그에 마지막으로 글을 올린 뒤로 20일이라는 날들이 지나갔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연말을 맞아 회식 자리도 종종 있었고 몸도 마음도 지치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일에도 얽매이지 않은 채로, 그냥, 푹 쉬고 싶었던 것이다. 어제 오후 사무실에 택배가 도착했다. 총무부의 전화를 받고 수령한 소포는 우체국 택배였고 발신자 이름은 '귀염둥이' 라고 적혀있었다. 귀염둥이라니. 누굴까.


문제의 귀염둥이 사진이다. 보내는 분에 자신의 주소 대신 우리 회사가 소재한 곳의 주소를, 이름 대신 귀염둥이를 적어뒀다. 전화번호는 내 전화번호였다. 나를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택배 상자 안에는 목도리, 편지, 사탕이 든 용기, 이외수의 책 2권이 들어있었다. 설마 이외수 옹이 장난을 칠리는 없겠지. 그렇게 한가한 분이 아닐테니. 게다가 날 알지도 못한다. 결정적으로 여성의 것으로 유추할 수 있는, 길고 갈색빛을 띤 머리카락을 함께 보냈을 리는 만무하다.


편지를 열어봤다. 뿌잉뿌잉으로 시작하다니. 하이도 아니고, 안녕도 아니다. 뿌잉뿌잉이란다. 위로 받고 싶을 때 샬라뽕빠이 하쿠나마타타를 외치라니. 왠지 덕후 스멜이 난다. 잠시동안 무서웠다. 여자를 가장한 머리 긴 남자 덕후가 아닐런지. 만에 하나 그렇다면 몹시 곤란한데. 놀랍게도 목도리에는 체취가 묻어있었다. 사람 냄새라니. 머리카락에 체취까지. 누군지 모르겠지만 고마웠다. 솔로부대가 혐오하는 계절 겨울이다. 귀염둥이가 보낸 선물 덕에 올 겨울은 따뜻하게 보낼 것만 같다. 고마워, 귀염둥이.


플스3를 산 뒤로 구매한 스포츠 게임들이다. 위닝일레븐은 플스1 시절보다 딱히 나아진 게 없어보였다. 몇번 돌리고 봉인했다. 속칭 '쇼보딸'로 불리며 플스 게임들 중 최고 수준의 그래픽을 자랑하는 게임 더쇼. 쇼보딸은 "더쇼 보다 딸리네"의 준말로 그 만큼 화려한 그래픽을 보여주는 게임이라는 뜻이다. 언보딸도 있는데 "언차티드 보다 딸리네" 라는 의미다. 파이트 나이트 챔피언은 복싱게임인데 대전 격투게임 중 이만한 손맛과 게임성을 갖춘 게임은 찾기 힘들 것이다.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고도 모자랄 판이다. NBA 2K12 역시 조던의 팬이라면, 혹은 매직 존슨, 하킴 올라주원, 샤킬 오닐, 앤퍼니 하더웨이, 아이제이아 토마스 등 전설적인 농구선수의 팬이라면 반드시 해봐야 하는 게임이다.


문제의 게임 파이트 나이트 챔피언. 새 상품은 구하기 힘들고 중고도 거의 구하기 힘들다. 옥션, 지마켓 등 오픈마켓에서 북미판을 사거나 8만원이 넘는 가격에 구할 수는 있다. 그만큼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타이틀이다.


마이크 타이슨과 홀리필드의 대결. 타이슨 뿐 아니라 각 체급별 레전드 선수들이 모조리 등장한다. 마이크 타이슨, 무하마드 알리, 로이 존스 주니어, 매니 파퀴아오, 오스카 델라 호야, 록키 마르시아노 등 이름만 대면 복싱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번쯤 들어봤을 만한 선수들이 대거 출현한다. 아쉽게도 플로이드 메이웨더는 없는데 박스 쉐어라는 온라인 전용 서비스를 통해 게이머가 만든 메이웨더를 다운로드 받아 즐길 수 있다. 박스 쉐어에는 해리포터(영화 등장 인물), 에미넴(힙합 가수), 렘페이지 잭슨(이종격투기 선수) 등 복서가 아닌 이들도 등장해 깨알같은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이슨이형(타이슨)이 상대의 귀를 물어뜯어 핵이빨이라는 오명을 얻게 된 홀리필드 전을 떠올리며 홀리필드에게 통쾌한 어퍼컷을 날렸다. 이 펀치를 맞고 홀리필드는 나가 떨어졌고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펀치에 맞고 침이 튀거나 관중석에서 포토그래퍼들이 셔터를 터뜨리는 모습까지 재현된 화면은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온라인 모드 지원으로 전세계 게이머들과 맞짱을 뜰 수 있다. 충분한 연습이 되지 않은 이들은 말리고 싶다. 왜냐하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신나게 두들겨 맞고 KO 당하는 모습을 보고나면 제 아무리 성인 군자라 할지라도 마음의 동요를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농구게임의 지존으로 통하는 NBA 2K12의 Greatest Player 모드. 마이클 조던, 매직 존슨, 래리 버드, 줄리어스 어빙, 카림 압둘자바가 보이는데 옆으로 넘기면 더 많은 전설적인 선수들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마이클 조던의 경기를 클리어하면 마이클 조던이 뛰던 전성기 시즌의 클래식 팀이 언락(잠겨있던 팀이 플레이 할 수 있는 상태로 해제되는 것) 되서 향수를 느끼며 내가 좋아하는 선수의 팀으로 즐길 수 있다.


시카고불스 역대 최고의 전성기라고 볼 수 있는 97-98 시즌 조던과 피펜의 모습이다. 선수 개개인의 자유투 모션까지 실제와 거의 똑같은 수준으로 재현된다. 조던의 팬으로서, 조던의 거의 모든 경기를 본 사람으로서 '조던 팬이라면 이 게임은 꼭 사야한다'고 말하고 싶다.


조던의 시카고 불스와 앤퍼니 하더웨이와 샤킬오닐의 올랜도 매직 시합의 한 장면. 마이클 조던의 환상적인 점프샷이다. 2K12는 그래픽 외에도 현장감이 뛰어나 오랜 시간 즐길 수 있었다. 아, 조던, 그에게 무슨 말이 필요할까. 그냥 최고다.


MLB 더쇼 2011 역시 놀라운 수준의 그래픽을 보여준다. 게다가 플스 독점작이다. 더쇼 때문에 엑박에서 플스로 넘어오거나 엑박과 플스를 둘다 사는 게이머들이 꽤 있을 정도로 엄청난 수준의 디테일을 선사한다. 선수들의 버릇이라든지, 심판의 모션, 주자들의 움직임 등 실제 메이저리그에서 볼 수 있는 모습들을 재현해 야구 팬들 사이에서 최고의 야구게임으로 통하는 타이틀이다. 추신수 선수가 등장하는 모습이다.


특유의 투구폼으로 널리 알려진 린스컴과 추신수 선수의 대결. 실제로 메이저리그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더쇼 역시 몇 게임 후 봉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