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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 가면의 고백, 굶주림


어제 영등포 교보문고에서 사온 책들입니다. 보통은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책을 사지만 어제가 설 당일이어서 그랬는지 광화문 교보문고는 문을 닫았습니다. 하는 수 없이 1년 365일 영업하는 교보문고 영등포점에 다녀왔습니다. 인간실격은 28살에도 양장본으로 사서 읽은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어쩜 그렇게 재미가 없는지, 몇 페이지 읽다가 책장에 꽂아뒀던 기억이 있습니다. 민음사에서 낸 인간실격을 샀는데 무엇보다 잘 읽혀서 좋습니다.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읽어보니 이토록 흥미로울 수가 없습니다. 책이라는 것도 "어느 때에 읽느냐" 하는 시점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의 자살


인간실격을 제외하고는 아직 펼쳐보지도 않았으니 도서 리뷰글 보다는 프리뷰(미리보기)나 산문에 가까운 글이 되겠군요. 날도 추운데 굳이 설 당일날 문을 여는 서점을 찾아가 책을 사온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작가들의 독특한 이력 때문입니다. '인간실격'의 저자 다자이 오사무, '가면의 고백'의 저자 미시마 유키오는 자살했습니다. 특히 다자이 오사무의 죽음이 저에게는 충격적으로 다가왔는데,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죽음에 이르기 전에 이미 네 차례의 자살 실패 전력을 가진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다자이 오사무는 5번의 자살 시도 끝에 39세의 나이로 자살에 성공합니다. 다자이 오사무가 마치 자서전처럼 써내려간 소설 인간실격은 1,000만부 이상 판매되며 그를 일본 근대문학의 대표 작가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도 이 책을 모른 척 지나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신경숙 작가의 표절, 미시마 유키오의 발견


책이 책을 추천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소설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표절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분께서 이 책의 해외 수출(라이센스)을 담당했기 때문에 저도 관심을 가지고 뉴스기사를 뒤져보았습니다. 엄마를 부탁해의 특정 대목이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라는 소설을 배꼈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시마 유키오라는 인물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게 된 겁니다. 금각사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기대했던 것보다 더 놀라웠습니다.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금각사의 재고를 확인해보니 글쎄 영등포점에는 재고가 없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런 이유로 그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다 '가면의 고백'이라는 저서와 '부도덕 교육강좌'라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부도덕 교육강좌는 나중에 읽어보려고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가면의 고백을 먼저 데려온 것이죠. 


미시마 유키오 역시 특이한 이력을 지닌 인물입니다. 도쿄대학교 법학부를 나온 수재로 다양한 작품을 저술하며 극단적 민족주의자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 역시 46세의 나이로 할복자살했습니다. 천재들은 어쩜 이렇게도 빨리 세상을 떠나는 걸까요?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오래 사는 비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크누트 함순의 보헤미안적 삶


앞서 소개한 두 명의 작가가 자살로 생애를 마감한 데 반해 크누트 함순은 93세까지 장수했습니다. 다자이 오사무와 미시마 유키오가 도쿄대에 입학했을 정도로 엘리트였던 것과 달리 크누트 함순은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정규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행상, 목동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던 것도 앞선 두 작가의 삶과 대비됩니다.


아직 크누트 함순의 글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그의 이력을 구경하는 일만으로도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굶주림 때문에 사람은 자살하지 않는다" 라거나 "결핍이 인간의 천재성을 일깨운다"거나 하는 그런 류의, 다소 철학적이기도 한 상념을 불러온다는 것이죠. 3명의 작가 중에서 가장 가난하고, 정규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도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러나 크누트 함순 역시 말년에 뼈아픈 실책을 하고 맙니다. 노르웨이 출생의 그가 노르웨이를 침략한 나치를 지지하고 찬양하는 이적행위를 저지른 것이죠.


어찌됐든 당분간은 이 3권의 책에 푹 빠져 지내겠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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