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MS 아마존의 광고전쟁 ‘좋은 놈 불쌍한 놈 이상한 놈’

2014. 1. 16. 00:06라이프/이것저것 리뷰

13년동안 굳건히 1위 자리를 지켜오던 코카콜라를 제치고 애플은 작년 글로벌 브랜드 1위에 올랐다. 제품의 탁월한 성능과 독보적인 디자인으로 세계 최고의 브랜드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애플은 전작에 비해 한결 가벼워진 아이패드 에어를 출시했다. 출시 후 첫주에만 250만대 이상 팔려 역대 아이패드 첫주 판매량 신기록을 세웠다. 아이패드로 태블릿PC 시장을 선도하는 애플과 그런 애플에 누르고 그 위로 올라서려는 경쟁기업들의 광고전쟁은 왠만한 아침드라마보다 유치하고 자극적이다.


좋은 놈 애플의 신의 한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우선 아이패드 에어의 TV 광고(http://www.youtube.com/watch?v=o9gLqh8tmPA)를 감상해보자. 첫번째 광고 ‘Pencil(연필)’에는 연필만 나온다. 애플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연필 광고로 착각할 정도로 연필과 여러 배경만 등장한다. 연필 뒤에 숨겨진 아이패드 에어를 마지막 부분에서 들어올리며 광고는 끝을 맺는다. 연필에 가려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얇은 두께, 다양한 용도로의 쓰임새를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두번째 광고(http://www.youtube.com/watch?v=jiyIcz7wUH0) ‘Your Verse(당신의 시)’는 신의 한수다. 첫번째 광고와 달리 실외에 초점을 맞췄고 역동적인 카메라 앵글로 생동감을 더했다. 광고의 백미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대사다. 영화 속에서 로빈 윌리엄스는 학생들을 불러모아 시란 어떤 것인지 가르침을 준다. 애플은 약 1분 길이의 영화속 대사(http://www.youtube.com/watch?v=R_zsMwCOoEs)를 그대로 가져왔다. 정작 제품 성능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 제품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없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광고를 다 보고는 "끝내준다. 역시 애플이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왔다. 광고를 보고 감명을 받은 전세계의 블로그 운영자들은 자발적으로 애플의 광고를 퍼다 나르며 홍보대사를 자처하고 있다. 타사의 광고가 자사 제품과 아이패드를 비교해가며 나쁜 짓을 서슴지 않을 때 애플은 사랑, 시, 낭만을 이야기한다. ‘좋은 놈’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린다.


불쌍한 놈 MS의 무리수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이 아이패드로 대박을 터뜨리자 MS는 뒤늦게 태블릿 PC 시장에 뛰어들었다. MS의 태블릿PC 서피스는 성능은 뛰어나지만 노트북과 태블릿 PC의 중간쯤에 있어 어중간한 기기라는 평을 듣고 있다. MS는 애플의 아이패드와 자사 제품을 비교하며 자사의 서피스가 더 우수하다는 광고(http://www.youtube.com/watch?v=U3Cd1vDsQYg)를 내놨다. 

광고에는 애플의 음성인식서비스 시리(Siri)가 등장한다. 아이패드와 서피스 두 대를 가지런히 올려놓고 먼저 서피스를 세운다. 후면에 받침대가 있다. 누워있는 아이패드에서는 시리의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도움이 필요해요!”라고 한다. 아이패드는 받침대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USB가 꼽혀있는 서피스를 보여준다. 아이패드에는 USB 단자가 없다. 시리는 “미안해요. 저는 USB포트가 없어요”라고 한다. 서피스는 키보드도 달려있다. 아이패드에는 (하드웨어)키보드가 없다. “이런 제길! 넌 진짜 키보드도 가지고 있어?”라고 시리는 말한다. 32GB 용량을 기준으로 아이패드는 599달러, 서피스는 이보다 더 저렴한 349달러라고 적힌 가격표가 나온다. 마지막으로 Less Talking More Doing라는 메시지와 함께 광고를 마무리한다.

광고를 보고나니 ‘측은지심’이 떠올랐다. 남의 불행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라니. 평소 불교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스티브잡스가 살아서 이 광고를 봤다면 측은지심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PC 운영체제 윈도우로 세계를 재패했던 과거의 군주 MS가 아닌가? 그랬던 MS가 모바일 시장에서는 애플과 구글, 삼성전자에 완패하는 굴욕을 당했다.

지금의 MS를 있게 한 PC 운영체제 윈도우도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레노버, HP, 델 등 세계 최대의 PC 생산업체들이 윈도우 대신 구글의 운영체제 크롬을 탑재해 노트북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업친 데 덮친 격으로 차세대 콘솔 게임기 XBOX ONE도 소니의 PS4에 비해 부진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윈도우까지 뺏기면 MS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 빌게이츠가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 기부를 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상한 놈 아마존의 자충수


아마존

아마존은 자사의 태블릿PC 킨들 파이어의 신제품을 공개하며 아이패드를 겨냥한 광고(http://www.youtube.com/watch?v=QhTl00uili4)를 내보냈다. 광고 속에는 두명의 남자 성우가 등장한다. 두 남자가 자사 제품이 더 낫다고 대결을 벌인다. 화질, 무게, 가격이 아이패드에 킨들이 더 낫다는 광고 내용에는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아마존은 애플의 수석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를 인신공격했다는 이유로 전세계의 비난을 사고 있다. 아이패드를 설명하는 성우는 영국식 억양을, 킨들 파이어를 설명하는 성우는 미국식 억양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조니 아이브는 영국 출신으로 애플의 광고 동영상 속에서 늘 영국식 억양을 사용해왔다. 아이패드를 설명할 때는 영국식 억양을 사용해 조니 아이브를 조롱하고 킨들을 설명할 때는 미국식 억양을 사용해 애국심 마케팅을 펼친다는 이유로 역으로 비난을 사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유튜브에 올려져있는 3사의 TV 광고 중 킨들 광고만 부정표가 긍정표보다 많다. 아마존의 TV 광고는 스스로 행한 행동이 결국에는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자충수’의 의미를 떠올리게 한다.